사막에서 길을 잃다.


코올라


물기 한 점 없는

내 마음 속.

새들도 둥지 틀지 못해

날아가 버리고

꽃들도 단념하고 떠나버렸다.


보이는 것은

끝없는 모래언덕

태울 듯한 한 낮의 열정으로도

가슴 시린 한 밤의 이별을 데우지 못했다.

한 때는

내 마음 속에도 와디가 흐르고

가슴 깊숙한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품고 있음을

알아주는 이 없어도 섭섭하지 않으리.


세상에 부대껴 가시 돋은 몸으로

나보다도 더 삭막한 도시

신기루를 헤매고 있을

너에 대한 기다림보다

더 쓰라리지 아니하거늘...


긴 긴 영겁의 시간동안

독 오른 전갈과 삶을 나누고

꽃 보다 예쁜 불빛사이에서 갈증을 풀어도

삭이지 못 한 너에 대한 그리움 하나

버석거리는 눈 비비며 울음을 삼켰다.


내 그리운 사람아


이제

바람의 발자국 따라 내게로 오렴.

나의 오아시스로 너를 품어 주리니

날 세운 너의 가시 사이로

장미보다 향기로운 꽃을 피우자.



☞ 와디 : 우기에 잠깐 흐르는 사막의 강물.

2004년 11월. 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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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코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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