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밥풀꽃


코올라



벙어리 삼 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꽃이 된 며느리.


며느리밥풀꽃이 활짝 핀 8월의 달력 앞 식탁에 앉아

아내는 유치원생 아들놈 밥숟갈에 연신 공을 들인다.

아들은 크면 누구하고 살거야 엄마하고 살거야

결혼해서 부인이 생기면 그래도 엄마하고 살거야

여보 우리 늙어도 걱정 없네요.

아내의 입은 자꾸 벌어진다.


아내는 알까

이제는 명절이나 되어야 어머니를 찾는 남편도

한 때는 똑같은 대답을 한 기특한 아들이었음을


아내의 등 뒤 크게 입 벌린 며느리밥풀꽃

나는 어쩐지 안쓰러워

입 속의 밥풀 두 개를 떼 주려고 자꾸만 헛손질을 한다.


미래의 시어머니와 미래의 남편과

과거의 아들이었던 나 역시도

모두 며느리밥풀꽃 앞에서는 부끄러운 죄인이다.


2007.08.hs



외아들에 대한 시어머니의 질투로

뜸 들이던 밥풀을 입에 물고 죽은 며느리의 설화에서 따 온,

선명하게 보이는 두 개의 밥풀이 서러운 이름입니다.

우리 옛 여인네의 한 맺힌 시집살이를 대변해 주는

한국 특산종 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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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코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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