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자작시 - 여름 2007. 6. 22. 08:48


사막


코올라



2.낙타와 사막


사막에도 길이 있음을

눈이 맑아진 낙타는 알고 있었다.


외로움만큼 깊은 우물을

낙타는 아직 보지 못 했다.

마르지 않는 우물에서 외로움을 퍼 올리는 것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던가.

퍼 올리던 두레박을 놓아 버린 날부터

우물 속에 별이 비치기 시작했다.


신기루와 오아시스를 구분할 줄 알고

목적지를 알고

걸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삶에서 더 이상 필요한 것은 없었다.


낙타의 등에 짐을 가득 실은 사람은

한 번도 짐을 풀지 않고 여행을 마칠 것이다.

발자국마다 새로운 것이 있음을 알지 못하므로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들으며 낙타는 생각했다.


바람의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막의 어두움이 좋았다.

즐길 수 있으면 이미 외로움이 아닌 것을

밤새 낙타는 한 낮의 열정을 다스릴 수 있었다.


길 잃은 누군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낙타는 하늘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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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코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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