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퇴고)

자작시 - 여름 2007. 7. 18. 05:16

사막


코올라



나는 사막 한 가운데 서 있었다.

길을 잃었으므로.


머릿속에 있던 그 많은 삶의 방향들이

일제히 갈팡질팡 헤매고

어느 별자리 하나 내게 길을 안내하지 않았다.


바람의 발자국이 내 지나 온 흔적을 지워도

나는 마음속을 지우지 못 하고

따가운 햇살 아래서 내 부끄러운 그림자가 사라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한 때 나는 소리 내어 운 적이 있었으나

낙타는 울지 않았다.

순한 눈동자의 그가

늘 가슴으로 울고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낙타에게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으므로


신기루와 오아시스를 구분할 줄 알고

목적지를 알고 걸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사막에서도 삶에서도 더 이상 필요한 것은 없으리.





외로움만큼 깊은 우물은 없음을 알면서도

마르지 않는 우물에서 외로움을 퍼 올리는 것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던가.


사는 일은 모래 위를 걷는 것.

충분히 권태롭고 충분히 위험하며 또 충분히 아름다우리.

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도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듯

즐길 수 있으면 이미 외로움이 아닌 것을.


길을 찾는 동안 점점 말을 잊고 점점 작아져

마침내 오아시스에 도달했을 때

나는 한 알의 모래알이 되었다.


사막의 눈물이 조용히 내게 스며들었고

어두운 하늘에 낙타의 눈이 환하게 떠오르고


나는 더 이상 슬픔을 퍼 올리지 않을 것이다.


2007.06.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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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코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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