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

자작시 - 여름 2006. 9. 20. 21:42


분꽃


코올라


나는

밤에 피는 꽃


붉게 칠한 입술

소리 없는 웃음

멀리서도 알 수 있는

진한 분 내음


어릴 적 아주 어릴 적

꽃 따서 귀에 달고

씨 따서 얼굴 바르던

푸른 시절 있었건만.


나는 분꽃

밤에 피는 꽃

밤마다 꽃이 피 듯

밤마다 꿈도 피어나

나를 아프게 하지.


삶은 끊임없는 후회

밤마다 땅을 파고 꿈을 묻네.


다음 생은 부디

꽃으로 피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침.

2006.09.hs


여름 날 해질 무렵 꽃을 피우는 분꽃은

영국에서도 4 o'clock Flower라고 부르고 있다네요

예전에 우리 어머니들도 분꽃이 피면

저녁할 때가 됐구나... 하셨거든요.

밤에 피었다가 아침에 지는꽃이라

모양보다는 향기가 진한 꽃.

어렸을 때 집 앞마당 화단에 어김없이 피던 분꽃...

요즘은 참 보기가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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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코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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